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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근이세요?’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중고 거래

중고 거래는 이제 단순히 물건을 아끼는 게 아닌,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오래되거나, 낡은 물건을 ‘중고(中古)’라고 합니다. 과거 ‘아나바다 운동’을 통해 물품을 나눠 쓰고, 다시 썼던 것처럼 우리에게 중고는 ‘근검절약(勤儉節約)’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팬데믹, 디지털화, 지구온난화와 같이 사회 및 문화 트렌드가 변화하며 소비 트렌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요. 덕분에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중고를 사고파는 ‘중고 거래’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트렌드: 사람들의 사고, 사상, 활동이나 일의 형세 따위가 움직여 가는 방향이나 추세.

 

플랫폼이 만드는 새로운 중고 거래

 2003년, 누구나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나라’가 개설된 후, 오늘날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당근마켓’, 취미와 취향에 맞게 거래하며 Z세대의 사랑을 받는 ‘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전문 플랫폼이 등장하였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나아가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모바일까지. 중고 거래를 위한 전문 플랫폼은사람들이 중고 거래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거래를 위한 특별한 공간이 방대한 인터넷 세계에 설치된 것이죠.

 사람들이 중고 거래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사기를 당할 염려와 개인정보 유출인데요. 플랫폼은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여러 인증, 결제,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여 안전한 중고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플랫폼마다 서로 다른 특색을 갖추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고 거래에 대한 접근성과 안정성이 커지며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말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자 수가 약 1,700만 명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37%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덕분에 중고 거래 시장도 2008년보다 5배 성장한 약 20조 원으로 성장했습니다.

 

불황형 소비, 중고 거래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많은 활동이 중단되거나 축소되었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전 세계가 타격을 입었고,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랜 시간 계속된 경제 저성장, 사회 활동 축소로 무엇인가를 구매할 때 비용을 최소로 줄이고, 만족도는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불황형 소비’가 새로운 소비 심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보다 싼 가격에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고, 언제든지 필요 없는 물건을 팔아 뜻밖의 소득을 마련할 수 있는 중고 거래는 불황형 소비의 대표 주자인데요. 이와 함께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가성비’ 제품, 환불이나 반품된 제품을 새 제품처럼 재조립한 ‘리퍼비시(Refurbish)’ 제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MZ세대를 필두로, 전 세대가 참여한다

 최근 소비의 주축이 되어가고 있는 MZ세대, 그들은 자신들을 ‘세컨슈머(Seconsumer)’라 부릅니다. 세컨슈머는 두 번째를 뜻하는 영어 Second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가 합쳐진 단어인데요. 이들의 특징은 지금의 편안함보다는 환경과 사회 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이른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가격에 비해 나의 만족도를 우선시하는 ‘가심비’ 소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을 중점으로, 오늘날에는 물건의 가치에 대한 개념이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해당 물건을 사용하는 ‘경험’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인데요. 물건 자체가 가진 본연의 기능에 더 집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간을 공유하는 ‘에어비엔비’, 자동차를 공유하는 ‘쏘카’와 같이 이미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데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중고 거래는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이죠.


 또한, 중고 거래는 물건을 재활용함으로써 대량 생산과 소비로 인한 자원의 낭비나 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패션의 경우, 오래된 의류나 가방이어도 오늘날 볼 수 없는 특유의 디자인이 색다른 매력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때문에 중고 거래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사면서도 스스로 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두 가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중고 거래 시장의 성장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변화하고 있는 요즘의 중고 거래는 MZ세대를 필두로, 다양한 세대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당근마켓의 작년 사용자 통계에서 중장년층의 비율이 36%를 기록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중고 거래가 충분한 경제력을 갖춘 중장년층에게도 합리적인 소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이제는 중장년층이 디지털에 익숙해진 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팔아 공간을 활용하고, 추가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중고 거래에 빠지게 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재테크가 된 중고 거래, 리셀(Resell)

 무엇보다도 중고 거래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나에게 필요한 물건은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은 팔아서 예상하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고 아닌 중고를 웃돈 주고 사고파는 ‘리셀’이 화제입니다.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는 리셀러, 리셀테크 (리셀+재테크)라는 새로운 단어도 생겼습니다.


 리셀은 큰 틀에서 중고 거래라고 볼 수 있지만, 목적이 조금 다릅니다. 리셀러는 애초부터 제품을 ‘다시 판매’하기 위해 구매합니다. 하지만 아무 물건이나 마구 사는 것은 아닙니다. 더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하므로 제품 자체가 가진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수요가 높으면서 희소성도 있고, 가치 있는 브랜드의 ‘한정판’이나, 계속해서 정가가 높아지는 명품 가방 등이 주로 거래됩니다.


 이러한 리셀을 통한 재테크를 ‘리셀테크’라 부르는데요. 리셀테크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상 자산 등의 다른 재테크에 비해 위험도가 낮은 게 특징입니다. 수요와 희소성을 만족시키는 물건을 구하기만 한다면 시세 차익을 통해 비교적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데요. 네이버의 ‘크림’, 무신사의 ‘솔드아웃’ 등 리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플랫폼을 이용해 구매자나 판매자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리셀 시장의 성장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중고는 ‘낡고 오래된’ 게 아닙니다. 단순히 싸게 사기 위한 행동도 아닙니다. 잡동사니부터 가구, 의류 도서, 전자기기, 명품, 다양한 취미 용품과 심지어 ‘지게차’까지! 이제 제품의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중고는 가격과 성능, 만족감을 모두 잡은 합리적인 소비 생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많아진 만큼 늘어난 사기 건수와 피해액은 여전히 중고 거래가 헤쳐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고 거래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여러 대기업도 중고 거래, 리셀 플랫폼에 투자하는 등 시장의 앞길을 밝히고 있는데요. 혹시 집에 안 쓰는 물건이 있나요? 그럼 한번 ‘당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코칭맘 Vol. 39 中

 

 

글사진 바인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