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세 부류의 아이들이 있다.
첫째, 부모의 도움으로
어린 시절, 실수, 실패 없이 자란 아이.
둘째, 실수, 실패할 때마다
부모에게 비난받은 아이.
셋째, 실수, 실패로
오뚜기 근육을 품은 아이다.
권영애 박사 [사람&사랑 연구소(주) 소장,교육학(상담심리)박사]
현직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그 해, 2학기 회장선거 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나는 이 ‘오뚜기 근육’을 제대로 품은 아이들을 봤다.
“후보 추천은 자기가 자기를 추천하거나, 친구를 추천한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자기 추천에 손을 들지 않았다. 내가 나를 추천하는 것은 이런저런 이유로 시도를 못 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2학기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자기를 추천한 아이가 9명이라니···. 나는 칠판에 자기를 추천한 아이의 이름을 써 내려가다가 얼마나 기쁜지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한 명, 한 명 자기를 추천하는 이유를 또박또박 말하는 1분 연설도 1학기와 달라졌다. 여유와 유머가 넘쳤다. 회장이 되면 한 학기 동안 봉사하면 되고, 안 되더라도 ‘작은 성공’으로 격려까지 받으니 부담이 없다.
선거가 다 끝나고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이 순간 기뻐서 웃음이 계속 나, 너희들의 용기가 멋있어서 말이야. 너희들은 앞으로 여러 가지 도전할 기회가 올 때, 오늘처럼 용기를 내게 될 거야. 그래서 참 기쁘다.”
(권영애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 중)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는 데 21일이 걸린다고 한다. 조금 더 복잡한 습관을 바꾸는 데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자전거 하나를 배워도 우리 뇌가 자전거를 탈 때 썼던 손과 발의 근육을 기억한다. 아이들은 이 순간의 경험으로 삶의 도전, ‘오뚜기 근육’을 품게 될 것이다.
‘오뚜기 근육’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즉 ‘ 자기효능감’을 불러온다. 자신이 선택해서 시도한 행동이 성공할 때 아이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얻게 된다. 한 번의 ‘성공 경험’은 다음 도전을 준비하게 하고 이 자기효능감이 반복되면 그야말로 불가능한 상황, 불안한 상황에서도 ‘도전행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오뚜기 근육은 자동화 시스템이다. 아이들이 자기 삶에서 만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망설이지 않고 도전하게 만드는 근육 같은 힘이다. 도전행동이 무의식에 자동화되면 불안한 상황에서도 도전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도전행동이 많을 때, 숨겨진 재능도 드러나고, 성취도 늘어날 것이다.
오뚜기 근육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힘,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스텐퍼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캐롤 드웩(Carol Dweck)은 사고방식이 성취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혔다.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은 재능과 능력은 고정되어 있어서 바꿀 수 없다고 믿고,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은 재능과 능력은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두 믿음 방식은 특히 실수를 대하고 해석하는 태도에서 큰 차이가 있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실수, 실패는 자신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증거로 수치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실수한 일, 실수를 목격한 사람들을 피하게 되고 다시는 도전하지 않는다. 실패를 몇 번 했을 때 재능이 없다고 단정 짓고 포기하는 것이다. 반면에 성장 마인드 셋을 가진 사람은 타고난 재능보다 얼마나 시도하느냐, 노력하느냐를 더 중요한 가치라고 믿는다. 교사도, 부모도 과정, 시도, 노력의 힘을 믿는 성장 마인드셋으로 아이를 대해야한다. 그러면 결과와 상관없이 전 과정을 진심으로 격려할 수 있다.
“넌 참 똑똑하구나! 머리가 좋구나!”와 같은 지능과 재능보다는 “어려운 문제인데 끈기 있게 도전하는 게 대단하네, 네가 다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전했다는 게 엄마는 자랑스럽구나!”라고 아이의 노력, 열심, 집중하는 태도, 끈기, 계획 등 전 과정을 격려해야 한다. 특히 ‘실패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 아이가 실수, 실패했을 때 ‘작은 성공’이라고 명확히 말해 주어야 한다. 실패가 ‘작은 성공’이라 믿는 아이는 수많은 ‘작은 성공’ 과정을 소중히 여긴다. ‘작은 성공’ 과정을 통해 배우고 결국 성공한다. 이런저런 소소한 ‘작은 성공’ 경험이 모여 인생의 힘, 오뚜기 근육이 된다.
오뚜기 근육은 살아가며 만나는 여러 선택해야 할 시간에 더 많은 용기를 내게 할 것이다. 때때로 실패해도 다시 용기 내고, 도전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할 것이다. 부모가 사랑하는 아이에게 줄 인생 최고의 선물, 오뚜기 근육이다. 이제부터 내 아이에게 수시로 해야 할 말이 있다.
“딸아, 엄마는 네 ‘오뚜기 근육’을 봤어.”
“아들아, 오늘 또 ‘작은 성공’을 했구나.”
출처 <코칭맘>Vol.36, 버츄칼럼